지난주 동경대에 갔었다.

 지난 일요일(6월29일) 동경대에서 <세계문학과 라틴아메리카>(世界の文学とラテンアメリカ)라는 심포지엄을 들으러 갔었다.
 138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사쿠라바 카즈키(桜庭一樹)와 동경대 현대문예론연구실이라는 곳의 교수인 라틴아메리카문학 전공의 노야 후미아키(野谷文昭), 마찬가지로 러시아/동구문학 전공의 누마노 미쯔요시(沼野充義), 마찬가지로 미국문학 전공의 시바타 모토유키(柴田元幸)가 나온다고 했다.
 부끄럽게도 과문한 나는, 심포지엄를 들으러 갈 때까지 네 명 모두 모르고 있었다.
 단지 '라틴아메리카문학이라, 그러고 보니 아버지가 보르헤스를 좋아했었지.... 간지나는 걸. 그리고 동경에 있는 동안 동경대 구경은 한번쯤 해 봐야지' 싶어서 가기로 했다.
 그러고 나서야 사쿠라바 카즈키가 원래 라노베 작가로서 순문학의 영역으로 갔다는 것,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동안의 고독>을 좋아한다는 것, 노야 후미아키가 작년까지는 와세다에서 가르치던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권위자라는 것을 알았다.


동경대정문


보기만 해도 간지나는 문학부건물

심포지엄회장. 들어가자 라틴음악이 흘러나와서 놀랐다.

 6월29일은 공교롭게도 비가 주룩주룩 왔었다.
 때문에 동경대 구경은 생각치도 못 했고, 사실 동경대로 발을 옮긴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심포지엄 1부는 사쿠라바 카즈키와 노야 후미아키의 대담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내게 가장 놀라웠던 것은 사쿠라바 카즈키가 여자였다는 것이었다.
 이름만으로 야구선수같은 터프한 남성을 떠올렸더니 왠 작은 체구의 귀여운 여자가 나섰으니 놀라울 수밖에.
 이 날 심포지엄의 전체적인 양상은 사쿠라바 카즈키, 그의 작품 <아카구치바가문의 전설>(赤朽葉家の伝説)이 중심이었다.
 하긴 나오키상 탄 작가니까.

 먼저 노야는 '카스트로 아시나요?'라는 갑작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노야는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동안의 고독>을 꺼내 기후와 풍토가 작품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얘기했다.
 사쿠라바 카즈키는 자신이 산인(山陰)지방의 톳토리(鳥取)의 회색의 풍경이 작품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동경으로 상경하기 전까지 그는 톳토리가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동경에 와서 처음으로 톳토리의 특수성을 자각하고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노야는 대다수 라틴아메리카 작가들이 질서 안에서 밖으로 나와서 '재발견'하면서 작품을 형성해 갔다는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 톳토리출신이라는 시점에 더하여, 여성의 시점이 작품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리고 <아카구치바가문의 전설>은 3代에 걸친 연대기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역시 <백년동안의 고독>의 영향이 아닌가 하는 얘기를 했다.
 사쿠라바는 연대기라는 형식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일그러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즉, 그 시대와 그 장소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쓰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카쿠치바가문의 전설>은 동시대의 일본인이 아니라 외국인, 혹은 미래인을 대상으로 썼다는 얘기였다.
 사쿠라바는 이 소설을 쓸 때, 할머니가 해 주던 옛날 이야기를 떠올리며 썼다고 말했다.
 3대에 걸친 이야기는 할머니가 강해야 한다며 할머니를 예언자로 설정했다는 얘기도 했다.
 한편, 노야는 사쿠라바의 소설 안의 유머를 지적한다.
 사쿠라바는 슬픈 상황 속에서 우스움이 있을수록 슬픔이 강조되기에 유머를 넣었다는 얘기를 했다.
 그리고 노야의 질문에 사쿠라바는 작가가 되고 난 후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읽을 때는 '구성'을 생각하면서 읽게 되었다는 얘기를 하였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언어의 리듬'이라는 요소를 지적하면서 영어로 읽는, 일본어로 읽는, 스페인어로 읽는 문학이 전혀 다르다는 얘기를 했다.
 그리고 라틴아메리카의 경우 작가자신의 '신화화'가 일어나기 쉬운 토지임을 지적하면서 거기에는 민중의 욕망이 숨겨져 있다고 했다.

 2부부터는 누마노와 시바타도 끼어서 얘기를 했다.
 누마노는 매직리얼리즘을 얘기하면서 거기에는 라틴아메리카 특유의 '토착성'과 '주변성'이 있고, 그것은 자신이 전공하는 러시아문학에도 공통되는 점이라고 얘기했다.
 그가 사쿠라바에게 질문한 것은 '세카이'에 대한 문제와, '문학은 문학으로부터 나온다'라는 것이었다.
 즉 사쿠라바가 책을 많이 읽는 것 같은데 읽은 책으로부터 어떻게 영향을 받고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사쿠라바는 책 속에 있는 것은 물음이고 답은 실생활에서 생활경험을 통해 발견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를 꺼내면서,
 선택지를 늘이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
 뒤이어 시바타는 라틴아메리카문학의 긴 시간간격에 대해 얘기하면서 이를테면 <백년동안의 고독>과 같은 장면은 역사가 짧은 미국문학에서는 결코 나올 수 없다는 얘기를 했다.
 흥미로웠던 것은 노야가 끼어들어 말하기를 라틴아메리카문학의 경우 '매직리얼리즘', '토착성'과 같은 비평이 있지만, 그만큼 국제적이기도 하다는 것이었다.
 보르헤스도, 마르케스도 시작은 포크너의 모더니즘을 남미에 소개하는 것으로부터였다는 말은 놀라웠다.
 한편 시바타는 1부에서 사쿠라바가 한 '시간과 공간의 일그러짐', '진짜인지 아닌지 모르는 상태'라는 말에서 폴 오스터를 떠올렸다는 말을 했다.
 이에 답하며 사쿠라바는 책은 '진짜인지 아닌지 모르는 상태에서 읽는 것'이라는 흥미로운 말을 했다.
 예를 들어 그는 도서관에서 작가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어느 시대 어느 장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지도 모르는 소설을 들어 읽기 시작할 때의 설레임에 대해 얘기했다.
 그러면서 그가 필명을 남자이름처럼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책이란 '마지막 독자'가 책을 다 읽는 순간 그 수명을 다 하는 것이라 말하며, 자신이 미래의 독자를 염두에 두고 글을 쓰고 있음을 말했다.
 개인적으로 그런 사쿠라바의 말은 흥미로웠다.

 그리고 질문시간이었는데, 역시 일본사람들은 이런 자리에서 질문을 꺼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나도 그렇지만.
 첫번째 질문은 사쿠라바의 소설에 보이는 특성은 그가 라노베 작가였던 것과 관련있느냐는 것이었다.
 누마노가 사쿠라바에게 요즘 유행하는 '세카이계'(セカイ系)라는 말에 대해 질문했었을 때도 사쿠라바는 '세카이계'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말했었지만, 그 자신이 라노베작가였던 것을 그다지 얘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렇기에 그는 '라노베를 쓸 때도, 순문학을 쓸 때도 같은 마음가짐으로 쓰고 있다'라고 대답했던 것이다.
 그러나 라노베의 경우 문고판으로 200페이지전후이기에 긴 이야기를 쓸 수 없다는 점, 라노베에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쓸 수는 없으므로 순문학에선 시간축을 길게 잡을 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
 그에게 있어 소설이란 현실과 환상을 교차시키는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두번째 질문은 라틴아메리카문학에서 보르헤스/마르케스등의 소위 붐 이후의 젊은 세대의 문학은 어떻냐는 것이다.
 노야는 젊은 세대일수록 보르헤스/마르케스등을 인정하면서도 거기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크게 보자면 제각각으로 공통된 것을 발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세번째질문은 스페인어로 모더니즘에 대한 질문이었는데, 스페인어를 몰랐으므로 패쓰.
 네번째 질문은 번역은 시대 언어에 따라 어떻게 변하느가 하는 것.
 먼저 누마노는 나이들수록 젊었을 때 있던 자신감을 잃어 번역이 술술 안 풀린다는 얘기를 하며, 그것은 번역가능성/번역불가능성이라는 기분의 문제라는 얘기를 했다.
 그리고 그는 또한 작가는 미래의 독자를 대상으로 글을 쓸 수 있지만, 번역은 현대의 독자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예를 들어, 러시아문학이 딱딱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어느정도 번역가들의 책임일 수 있고, 메이지시대 쯔보우치 쇼요(坪内逍遥)의 세익시피어역이 아무리 명역이라도 현대의 독자들이 읽지 못 하는 이상 번역으로서의 수명은 다 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대학교수라는 직업상 젊은 세대와 많이 부딪힐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얘기였다.
 뒤이어 노야는 라틴아메리카문학의 경우 마이너이므로 번역하고 싶지 않아도 번역의뢰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고, 누마노역시 수긍했다.다.
 작품을 번역할 때는 시간간격을 2,30년으로 잡고, 그때그때의 유행어를 쓰는 게 아니라, 20,30년후에도 쓰여질 언어로 번역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번역에도 문체가 있다는 얘기를 했었다.
 그리고 작품도 성장한다라고 하는 흥미로운 얘기를 했는데, 시대에 따라 읽힌다는 뜻이었다.
 다섯번째 질문은 사쿠라바가 히라가나로서의 '세카이'(せかい)를 한자로서의 '세카이'(世界)와는 다르게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누마노가 했던 질문과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사쿠라바는 학교를 예를 들자면 교실, 교무실과 같은 틀에 박힌 세계가 아닌, 방과후나 양호실, 옥상과 같은 정해진 틀에 담을 수 없는 세계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내가 생각한 것은 일본어의 경우, 히라가나로서의 '세카이'(せかい), 가타가나로서의 '세카이'(セカイ), 한자로서의 '세카이'(世界)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 얼마나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나라인가 하는 것이었다.
 마지막질문은 히키코모리에게 문학이 가능한가 하는 질문이었는데(어? -_-), 시바타는 미국에서 한평생 집에 틀어박혀 시를 쓴 에밀리 디킨슨을 예로 들었으나, 노야는 그것은 시의 세계이기에 가능하고 소설은 다르다고 반론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누마노, 시바타, 노야, 사쿠라바가 좋아하는 라틴아메리카문학을  낭독하고 끝.

 요약력이 부족하다보니 두서없이 글이 길어져 버렸다.

by 예니체리 | 2008/07/06 14:18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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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LESS at 2008/07/06 15:40
오. 전 사쿠라바 카즈키라고 하면 '라이트노벨 여류 작가'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정말 대단하신 분이었네요. 직접 보셨다니 부럽습니다ㅠ

근데 동경대 정문 짱 멋있네여.
Commented by 예니체리 at 2008/07/06 22:19
대단하죠. 나오키상 탔으니.
역시 동경 살다보니까 유명인들을 자주 보게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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