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시이 마모루감독 얘기들으러 갔었다.

 독도문제로 시끌시끌한 가운데, 나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얘기를 들으러 갔었다.

 오시이 마모루의 신작 애니메이션 영화 <스카이 크로러>의 8월2일 개봉을 맞아 와세다 대학에서 와대 교수들과의 대화를 가진다는 것이었다.
 3시부터 시작이었기에 느긋하게 2시 반쯤 갔더니, 이미 강당의 앞자리는 꽉 채워져 있었고, 나는 오싱이 얼굴도 안 보이는 뒷쪽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뭐, 실물로 봐 봤자, 별 다를 거 없겠지....

 <스카이 크로라>는 모리 히로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완전한 평화가 실현된 세계에서 사람들은 평화를 실감하기 위해 쇼로서의 전쟁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런 전쟁에 결코 성장하지도, 죽지도 않는 사춘기 소년소녀들, '킬드레'가 개발된다.
 그들은 끝없는 공중전을 벌이는데....
 라는 게 줄거리라고 한다. 

 어쨌든 5분 좀 넘어가는 영화 예고편을 보고 나서 오시이와 와대 문화구상학부 교수들의 심포지엄이 시작되었다.
 쿠사하라 마치코, 다카하시 토오루, 사카우치 후토시 등이었는데, 솔직히 누군지 모르겠음.
 

 먼저 아일랜드를 전공하고 있는 사카우치 후토시 교수가 사뮤엘 베케트와 W.B.예츠의 예를 들면서, <스카이 크로라>의 배경으로 아일랜드의 풍경이 '시간, 생사와 같은 불가시한 것을 가시화하는 장치'로서의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 하는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오시이는 요즘 일본 영화는 캐스팅부터 영화를 만드는 이상한 구조가 있다는 한탄으로부터 얘기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원래는 세계를 형성하는 원형이 애니메이션에는 필요하다는 말을 하며, 미야자키 하야오 역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
 오시이자신 미야자키가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성공한 직후, 같이 아일랜드로 갔었던 때의 경험이 인상깊었다고 얘기한다.
 아일랜드가 인상깊었던 이유로 오시이는 유럽의 끝으로 유럽문명이 대서양으로 빨려 들어가기에 독특한 시간의 흐름을 느꼈다는 것이다.
 영화의 세계관이란 즉, 시간의 표현이라고 말하며, 그런 의미에서 <스카이 크로라>의 배경은 아일랜드의 시간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애니메이션은 현실과 배경의 중층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영화에는 영화의 시간이 있다고 말한다.
 즉 등장인물의 시간과, 애니메이션 외부의 시간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일랜드에 관심있기에 재미있는 내용이었다.)

 다카하시 토오루 교수는 사이보그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생과 사의 경계가 옅어짐으로서 나타나는 죽을 수 없는 고뇌를 킬드레라는 형태로 표현해 냄으로서, '죽음을 통한 삶의 가치의 발견'을 읽어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다음 오시이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첫째는 모리 히로시의 원작과의 다른 점으로서, 티쳐라고 불리는 적기의 존재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이 티처의 존재가 초월적이고 고스트로서 그려지면서 아버지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유기물과 무기물의 융해라는 문제.
 다카하시는 <공각기동대>에서의 쿠사나기 모토코와 <스카이 크로라>에서의 쿠사나기 스이토는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공각>의 모토코가 사이보그로서의 끝없는 삶을 긍정하는 것이었다면, <스카이 크로라>에서의 스이토는 사이보그로서의 끝없는 삶에 대해 회의를 던진다고.
 그 변화는 무엇인가.

 먼저 첫번째 질문에 대해 오시이는 이 영화는 지상과 하늘 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곳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전투가 벌어지는 하늘은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이며, 구름 위야말로 영원의 시간이고 생사가 없는 공간이라고.
 그런 장소에 아버지의 메타포, 남근의 표상과 같은 티처가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참 인상깊었다.
 TV드라마는 끝없이 변화해야 하지만, 영화는 변화만으로는 성립할 수 없다고.
 구도로서 나타나는 이야기, 즉 영화의 외부가 필요하다고.
 한 편의 영화는 한 편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참 인상깊은 한 마디였다.
 두번째 질문에 대해 오시이는 정열이라는 답을 내린다.
 인간은 살면서 정열을 쏟아 부을 자신 외의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고.
 <이노센스>에서 그는 그 대상으로 인간이 아닌 개나 인형이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요즘은 다시 인간을 대상으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학생질문으로부터 연애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오시이는 연애는 반드시 파탄과 셋트라고 말한다.
 연애는 이별이라는 형태로든, 결혼이라는 형태로든 파탄할 수밖에 없다고.
 그리고 그런 연애를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다 그려낼 수 있는 감독은 아무도 없기에, 자신은 이 영화에서처럼, 처음부터 남과 여는 사랑하는 사이이고, 여자는 그것을 알고 있지만, 남자는 그것을 잊어버렸다는 상황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남과 여가 만나, 서로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는 것을 그려내는 영화는 연애영화가 아닌 '연애를 모티브로 한 청춘영화'에 불과하다고.
 요즘 일본에는 '연애를 주제로 한 영화'와 '연애를 모티브로 한 영화'의 차이점을 모르는 영화가 너무 많은 게 문제라고.
 (왠지 납득가는 얘기였다.)
 오시이 자신은 <스카이크롤러>는 공중전영화로서가 아닌, 연애영화로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

 다음 학생질문으로 개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오시이는 이 영화에서 개는 지상적존재로, 새나 헬리콥터와는 대비되는 개념이라고 한다.
 그리고, 알프레드 히치콕이 꼭 영화속에 등장했듯이 그는 자신의 영화에 꼭 개를 넣기로 정했다는 것이다.
 동물은 드라마와 구도, 양쪽 모둥 속할 수 있는 특별한 존재이기에.
 그러면서 본말이 전도되는 것이야말로 영화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일상화하는 전쟁이라는 <스카이 크롤러>의 주제는 911의 영향이 있지 않았냐 하는 질문이었는데,
 오시이는 그에게 전쟁은 최종적인 테마라는 말을 했다.
 소설가의 회귀점은 역사이고, 오시이에게 역사는 곧 전쟁이기에.
 그리고 캐스팅에 대한 질문.
 오시이는 이야기가 요구하는 캐스팅과 이야기가 요구하지 않는 캐스팅, 즉 영화의 외부로서의 캐스팅이 있다고 말한다.

 마지막 질문은 담배에 대한 질문이었다.
 오시이는 자신이 헤비스모커라고 밝히며, 흡연이 암을 유발한다는 말은 안 믿지만 '느린 자살'이라는 말에 동의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흡연이야말로,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정당화하는 표현행위라는 것이다.

 '마지막은 시간얘기로 끝나네요'라는 쿠사하라교수의 말에 오시이는
 "예. 저는 영화감독이며, 동시에 시간의 표현자니까요."
 라는 말로 맺었다.

 직접 본 느낌으로는 오시이는 평범한 쭈글쭈글한 아저씨.
 말도 느릿느릿하게 두서없이 하는 편이고.
 그렇지만 아즈마나 미야다이 등에 비해서도, 말하려고, 전하려고 하는 의욕이 느껴졌다.
 이 날의 키워드/테마는 영화의 외부와 시간이 아니었나 싶은데, 그에 대해서는 잘 들었다.
 과연 오시이!
 (근데 사실은 오시이 작품은 <공각>도 <이노센스>도 본 적 없다능. <인랑>은 봤던가)

by 예니체리 | 2008/07/23 21:21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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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LESS at 2008/07/25 11:48
이노센스는 모르더라도 공각은 한 번 보세요. 'ㅡ')

'스타이 크로러'는 참 기대하고 있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여기에 관련된 좋은 정보를 얻었네요. 예니체리님은 유명하신 분도 자주 뵈니 부럽습니다. 허허.
Commented by 예니체리 at 2008/07/25 21:36
감사합니다. 공각도 요즘 새 버젼이 나온다니, 한번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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